7일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일본 입자물리학자 마스카와 도시히데(益川敏英.68)가 여권이 없어 스웨덴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할 형편인 것으로 전해져 화제다.
AFP통신에 따르면 8일 그의 아내 아키코는 일본 교토의 자택에서 마스카와가 해외여행을 하지 않으며 "영어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매우 질색"한다고 말했다.
또 "만약 그가 시상식에 갈 필요가 있다고 해도 우선 여권부터 신청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스카와 자신은 노벨상 수상 소식은 기쁘지만 12월10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열릴 예정인 시상식은 "사교모임에 불과"하다면서 탐탁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마스카와는 1973년 나고야대 후배인 고바야시 마코토(小林誠.64)와 함께 물질과 반물질의 성질이 미묘하게 다르며, 원자를 구성하는 기초입자인 쿼크가 세개 족(family)으로 나눠져 있다는 이론을 수립한 인물이다.
마스카와는 지금껏 시상식이나 강연회 등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떠난 적이 없으며 이러한 초대에는 고바야시가 대신 응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아닷컴·연합뉴스>
이 글을쓰면 제 주변사람들에겐 신분이 드러날 것 같기도하지만...
그래도 일본이 부러워 끄적거려봅니다.
전 수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입니다. 세부전공은 대수기하학이란 분야인데 현대 수학의 메인스트림 중 하나로 일본이 특히 잘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증명이나 물리학의 초끈이론 모두 대수기하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죠. 일본의 필즈상 수상자가 현재까지 3명인데 이들 모두 대수기하학 전공이었습니다.
이 대수기하학의 가장 대표적인 기본서적은 Hartshorne의 Algebraic Geometry라는 책입니다. 우리나라로치면 '고교수학의 정석'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있는 책이죠. 전공자는 누구나 소지하고있으며 비전공자들도 심심찮게 소유하고있는. "그 분야에서 제일 기본서적이 뭐에요?" 라고 질문하면 십중팔구는 "X요."라고 얘기하는. (수학의 정석과 다른 점이라면 정석은 다보면 고교수학은 거의 해결되는데 제가하는 분야는 저 책을 다봐도 논문 한 줄 읽을 수 없다는게 차이라면 차이...;;)
그 책의 뒷쪽 커버는 다음과 같습니다.
놀랍죠? 그는 전형적인 백인 미국인입니다. 그런 그가 일본에서 일본어로 강의를 했습니다. 영어로 했어도 학생들이 못알아듣지는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한국학생들 놓고 한국인 교수에게 영어로 강의하라고 압박하는 우리와는 참 대조적이죠....? (참고로 Mumford와 Serre, Grothendieck은 모두 필즈상 수상자입니다. Zariski는 Mumford와 Hironaka의 스승이구요.)
명목상 제 주전공은 아닙니다만 사실상 주전공만큼 알아야하는 분야로 가환대수학이란 분야가 있습니다. 어떤 수학자는 대수기하학을 '기하학의 탈을 쓴 가환대수학이다.'라고까지 얘기할 정도로 밀접한 관련이 있고 잘 알아야하는 분야죠.
이 분야에도 위에 소개한 책처럼 '수학의 정석'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책이있는데 마츠무라의 Commutative Ring Theory(가환환론)입니다. 눈치빠른 분이면 이미 아셨겠지만 저자가 일본인입니다.
책의 표지를 넘기면 위와같은 부분이 나옵니다. 원본은 1980년에 일본에서 일본어로 출판되었는데 Miles Reid라는 영국수학자가 이를 영어로 번역해 1986년에 캠브리지대학 출판부에서 영어번역판이 출판되었습니다. Reprinted 부분만 봐도 얼마나 유명한 책인지 느끼실 수 있을껍니다. 실제로 Miles Reid는 일본어를 네이티브 수준으로 한다 하더군요.
대략 우리나라에 적용시켜보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영어권 수학자가 김홍종의 미적분학을 보고 감명받아(?) 영어로 번역했고 그것이 전세계 미적분학 서적계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정도가 되겠군요...ㅋㅋ
사실 위에 소개한 것은 매우 일부입니다. 일본 수학자에 의해 일본어로 출판되었다가 유명세를 타서 영어로 번역된 책이 일본에는 참 많죠. 제가 가지고있는 책만도 10여권 됩니다.
(심심하면 구글에서 iwanami series in modern mathematics를 검색해보세요. 일본 대표적 출판사인 이와나미서점에서 출간하는 현대수학 출간물들 중 영어로 번역된 것들이 나오는데 한눈에도 적지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수학 자체를 떠나서 이와나미같은 출판사가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운 일이죠.
참조: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6 )
미적분학이나 선형대수학 수준을 벗어나면 한글로 된 전공서적이라고는 손으로 셀 수 있을만큼 적은(그나마도 대부분은 번역서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최근 한두달 내에 나온 최신 결과물들도 일본어 서적으로 출판됩니다.
이건 단순히 부러움의 문제가 아닙니다. 예를들어 볼께요.
우리나라에서 평범한 고교생이 원서을 보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수능영어 볼 정도 실력이면 맘잡고 덤벼들어서 못읽지는 않겠지만 영어라는게 확실히 장벽으로 느껴지죠. 더구나 원서책이 한국어로 된 서적만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에와서 수업교재로 원서를 받기전까지는 원서로 지식을 습득한다는 개념이 거의 없죠.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 입니다.
근데 일본에는 모국어로 된 좋은 수학책이 매우매우 많습니다. 단순한 교양수준의 서적이 아니라 굉장히 전문적인 서적도 말이죠. 예를들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의 증명과 관련하여 일본어로 잘 설명된 된 책같은 것 말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일본에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이런 책들을 미리 접하고 온 학생들이 꽤 있습니다. 그중엔 대학원 수준의 상당히 난해한 서적까지 독파하고 온 경우도 간간히있죠. 당연히 이런 학생들은 출발이 우리나라 여느 학생들과 같을리가 없습니다. 물론 대학에 진학한 이후엔 일본에있는 수많은 세계적인 수학자들에의해 훌륭한 수학자로 양성되구요.
일본이 수학에서 최강국 지위에 오른건 그 역사가 우리보다 100년이나 더 길기 때문이기도하지만 저런 부분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우리와는 저런 종류의 전문서적에대한 접근성이 다른거죠.
필즈상 수상자 출신국가 분포는 노벨상 수상자만큼이나 다양하지만, 그들이 필즈상 수상당시 활동했던 국가는 단 세나라 뿐입니다. 미국, 프랑스, 일본이죠. 우리가 흔히 수학을 잘한다고 알고있는 독일 - 가우스, 리만, 힐버트의 모국이기도 한 - 조차도 한 명도 없습니다.
일본에서는 1990년 모리 교수가 국내 토종박사로 필즈상을 수상하며 일본의 수학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만방에 알렸습니다. 과연 그들이 그정도로 학문이 발전한 이유가 글로벌화 된 대학때문이었을까요?
실제로 일본 학생들 만나보면 영어 정말 못합니다. 단연코 국내 학생들보다 영어 못해요. 하지만 그들은 그것때문에 걱정하진 않더군요. 대부분은 그냥 닥치면 생존수준의 영어는 할 수 있지않겠는가...하는 생각을 가지고있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근데 왜 우리는 학문 수준이 그들의 발톱의 때(이건 너무 심했나...;;)만큼도 안되면서 영어못해서 안달일까요?
전 그런생각이 들어요. 가수가 노래를 못하니까 춤연습하고 외모가꾸는데만 열중하는듯한 느낌. 그런 가수가 잠시 인기를 얻을 순 있겠죠. 하지만 결국 그런 가수만 나오는 가요계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시대를 넘나들며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가수 역시 나올리가 없구요.
요즘 국내대학 여기저기서 영어강의 늘리지 못해 안달난 모습들보다가 저 기사를 보니 답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