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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9 09:25

미 원 vs 다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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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에 고향에는 잘 댕겨들 오셨는가? 어머님의 손맛 가득한 정겨운 설 음식들도 꼼꼼히 챙겨드셨는지. 지금이야 보기 힘들지만 기자 어릴 적만 해도 본가에 내려가면, 아궁이 위에 철썩 달라붙은 커다란 무쇠솥들을 볼 수 있었다. 그 움직이지도 않는 솥단지에 밥도 하고, 떡국도 끓이고. 어린 맘에 대체 저건 어떻게 설거지를 하나 무자게 궁금했더랬지.

그 뿐인가? 솥뚜껑은 뒤집어서 돼지기름 발라 그 위에 전이며 두부를 소담스레 부쳐내곤 했다..면 좋았을 텐데, 본기자 늦게 태어난 탓으로 고건 보지 몬했다. 이미 포타블 화덕, '곤로'가 생필품이던 시절이다. 그 연약한 것에다가 무쇠덩어리를 올려 놓을 순 없겠고, 시골 어르신들도 후라잉팬이 편리한 거는 아셨었다. 또 부침류에 빠질 수 없던 돼지기름은 몸에 안좋다는 전국 단위 캠페인의 쾌거로 인해, 발열점 낮아 나쁘다는 들기름과 함께 애지녘에 식용류한테 밀려 버린 때이기도 했다.

바다 건너 들어온 새로운 문물과 기술로 무엇이든 분석하고 측정을 해설라문에, 종래의 제 수단과 생활양식들을 반드시 바꾸고 싶어했던 시대가 20세기의 6,70년대였고, 80년대는 그 전성기라 할 수 있었다.

원래 영위해 오던 것이 엄청 허접하게 느껴지던 대한민국의 여러 혁명 시대에, 화학조미료가 "맛의 혁명"을 주도했던 것은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금번 <역사 속 라이벌>은 기술문명의 총아로 거듭 찬가를 들을 뻔 했던 화학조미료의 양대산맥, '미원'과 '다시다'가 낙점됐음이다.
 

  개 관

인공조미료를 논하자면 멀리 20세기 초까지 올라가야 하는데다가 본의 아니게 생리학에 화학 공부까정 해야 하니 각오 하시라.

인간의 혀가 각 부위별로 느낄 수 있는 맛이 확실하게 4개가 있으니, 단맛·신맛·쓴맛·짠맛이다. 매운 맛이 왜 없냐면 이건 후각 및 통각과 관련된 녀석이지 미각은 아니란다. 암튼지 실험과 분석 좋아라하는 서구에서 각 맛을 혀에 뭍여보는 등 아주 과학적인 방법으로 알아낸 '대견'스런 결과물이 4대 맛이지만, 동아시아인들은 자신들의 식문화 특성상 이 네 가지 맛 말고도 뭔가 더 있는 것만 같은 의심을 떨쳐낼 수 없었더랬다.

헉, MSG 분자식

특히 이케다 키쿠네(池田菊苗) 박사는 일본인들이 싸랑하는 각종 국물들을 연구했던 바, 대부분 일본 음식에 베이스가 되는 다시마를 무섭게 연구하니 글루탐산 나트륨(monosodium glutamate, 이하 MSG)에 그 비밀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이케다 박사가 MSG를 인위적으로 추출해 낸 때는 1907년이다. MSG가 그럼 뭐냐. 글루탐산은 아미노산의 일종인데 나트륨 한개와 만난 MSG는 다시마나 육류, 토마토 등에 자연상태로 존재한다. 이것을 여러 복잡다단한 연구 끝에 이케다 박사가 발견하고 추출해 낸 거다.

신기하게도 MSG가 들어가면 묘하게 풍미가 좋아졌다는데 한국말로는 감칠맛이요, 일본말로는 지미(旨味) 그러니까 '우마미(うまみ)'라고 한다. 우마미는 MSG 발견 이후 당당히 5대 맛에 끼어들었으니, 쓰나미가 국제어의 위상을 가지는 것처럼 우마미 역시 감칠맛 혹은 풍미를 나타내는 국제어가 됐다. 이케다 박사는 우마미의 발견자로도 언급이 자주 되는 인물이다. 생리학과 역사 및 화학 공부는 이로써 충분하겠다.

아지노모도

MSG의 공업생산이 가능해지자 일본에서는 '아지노모도(味の素)'사가 일년 뒤인 1908년, 동명의 MSG 100%의 조미료를 팔기 시작했고, 특허권을 가지고 있던 이케다 박사와 아지노모도사는 이제 돈을 수억 벌어들이게 됐다. 때가 때이니 만큼 당시 식민지 시절이던 대한민국에도 아지노모도 열풍이 휩쓸었다는 것은 쉽게 유추될 수 있는 사실이다. 식민지 시절을 거친 어르신들 중에는 요즘도 가끔 인공조미료를 아지노모도라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실 만큼 말이다.

태평양전쟁의 병참이었던 한반도에서, 일제 아지노모도를 넣어 풍미 찾고 있을 만큼 여유롭고 한가한 조선인이 얼마나 됐으랴. 100% 인공조미료 아지노모도는 조선의 식민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부의 상징이었고, 아지노모도 듬뿍 들어간 요리에 대접받는 느낌을 받았을 테다. 아지노모도의 위력은 1958년 '미원'이 출생하기 전까지 계속 됐다.
 

  아지노모도의 후계자, 미원

상품 모양과 브랜드 로고마저 아지노모도와 유사한 미원은 동아화성공업(1956, 현재 '대상'으로 불리우는 옛 미원의 전신)이 생산한 조미료인데 정식명칭은 '신선로표 미원' 되겠다. 뜬금없이 왠 신선로? 아마도 아지노모도의 심벌인 일본식 사발과 비슷하게 가려면 신선로가 제격이었겠다. 이쯤에서 왠지 맘이 섭해지시남? 명성에 걸맞지 않게 카피품이라 말이지.

그러나 좀 달리 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기자는 판단한다. 당시 아지노모도는 세계시장 지배브랜드였고, 한국에서 그 지명도는 전술한 바처럼 더 대단했다. 아지노모도사에 비하면 미원(주)는 후발업체였고 국내시장으로 본다면 시장개척자였다. 한국전이 중단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속에서 이런 식의 '벤치마킹'은 당대에 가장 효율적인 전략일 수도 있는 거다. 카피라이트 혹은 독창성? 독창성이 있다면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그게 없다고 단죄받을 필요는 없던 시절이었다. 어쨌거나!

당업체는 초기단계에 MSG를 아지노모도사에서 공급받았다. 그러다가 1963년 자체적으로 '발효'공법을 개발해 양산체제로 들어간 뒤에는 시장가격도 인하되면서 조미료시장은 급격한 대중화 시대로 진입했다. 미원의 출현 이후, 약 5개 업체가 당해 시장에 뛰어드는데, 아지노모도를 대체한 대한민국의 첫 조미료가 미원인 만큼 막강한 이니셔티브를 가진 당 브랜드는 그야말로 철옹의 아성을 자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후 미원의 경쟁사들은 죄다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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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쯤에서 오해로부터 발생하는 상당한 아이러니를 접할 수가 있는데, 그 옛날 음식들이 인공조미료 프리의 순정한 어머니 손맛일 거란 환상이 여지 없이 깨지는 대목 되겠다. 오랜 결핍이 해소되면 당연히 강력한 보상심리가 발동하는 법이다. 더구나 결핍대상이 우월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국에도 나물에도 김치에도 뿌리고 뿌리고 또 뿌리고... 팍팍 뿌림으로서 그 옛날의 결핍을 팍팍 지워낼 수 있는 고마운 조미료, 미원이었던 것이다.
 

  고진감래 절치부심 와신상담, 다시다가 나오기까지

1953년 창업한 제일제당(현 CJ)은 참으로 흥미로운 업체다. 회사 이름이 말해주듯 원래 설탕 만드는 회사였는데, 이후 계속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다. 당 업체는 '백설'이라는 통합브랜드를 가지고 백설햄, 백설식용류, 백설밀가루 등등을 생산했는데, 다 같은 먹을 거라고 해도 이게 육가공업/유지업/제분업 등 다 다른 시장이 아니더냔 말이지.

백설식용류보다는 해표식용류가, 백설밀가루보다는 곰표밀가루가 훨씬 더 유명한 브랜드였던 것이 불과 20 여년 전이었는데 현재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당 업체의 드높은 의지와 승부욕은 모그룹의 든든한 뒷배와 함께 시장에서 날로 먹는 아니 날로 커가다가 현재는 캡짱이 돼 뿌렀따.

그러한 제일제당이 정말로 기나긴 세월 동안 와신상담해야 했던 부문이 바로 조미료사업이다. 당 업체는 1963년 업계 마이너 업체인 원형산업을 인수, 미풍산업이라 하고 역시 동명의 조미료 '미풍'을 런칭했다('64). 원래 '여인표' 미풍으로 시작해서, 백설표 미풍, 국자표 미풍 등등 이름도 참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미원을 이길 수가 없는 거였다, 이런.

여기서 우리는 광고계의 유명한 진단을 참고해 보자. 미풍이 미원을 이길 수 없던 이유 중 하나는 작명에 문제가 있다는 게 그 바닥의 얘기다. 똑같이 MSG 100% 가공한 게 조미료이니 사실 퀄리티에는 별다른 차가 없는 거고 그렇다면 이미지 승부가 중요한데 미원과 비슷한 이름의 미풍은 아류 이미지만 풍길 따름이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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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면 되게 하라고 했다지. 당 업체는 60년대 말, 일본에서 새롭게 개발한 핵산을 도입하여 시장을 선점하는 쾌거를 이루고...싶었는데 미원측의 '외화낭비론'에 걸려 좌절한다. 핵산조미료는 70년대 후반에 가서야 시장에 나오는 거였었던 거다. 여전히 제일제당의 갈 길은 멀었고, 아지노모도사의 '혼다시'를 벤치마킹한 '다시다'를 야심차게 1975년 런칭하게 된다. 허나 소비자들이 대저 조미료란 백색의 미가 와따라고 생각하는 가운데, 노리끼리한 다시다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야 만다.
 

  미원 vs 다시다

60년대까지가 MSG의 시대였다면 70년대는 핵산의 시대였다. 세포핵에 관여하는 산(acid)이라고 해서 핵산인데, 조미료에 쓰이는 것으로는 이노신산 나트륨(Inosine-5'-monophosphate, IMP)와 구아닐산 나트륨(Guanosine-5'-MonoPhosphate, GMP)이 있다. 전자는 가다랭이포(가쯔오부시)에, 후자는 표고버섯에 있는 것들이다.

핵산이 MSG와 만나면 시너지를 일으켜 맛이 엄청 좋아진단다. 하여 핵산을 기존 MSG에 소량 섞어서 조미료를 만드는 시기가 도래했으니 이런 조미료를 업자들은 복합조미료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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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노모도를 벤치마킹한 미원에 관대했던 소비자들은 그 미원을 벤치마킹한 '미풍'에는 냉랭했었다. 그만큼 시대가 바뀐 것이기도 했고 또 대중은 같은 유인점에 두 번 이상 반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풍의 악몽에서 어여 벗어나고 싶었던 제일제당은 그래서 국내 최초로 복합조미료를 런칭하니 바로 '아이미(7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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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원의 경우, 2년 뒤 조미료의 대명사인 자가브랜드를 살려 '복합미원(79)'을 출시하는 여유만만을 부렸다. 그 2년의 공백 동안 제일제당의 아이미는 혁신적인 품질을 가지고도 여전히 '뜨'지 못했으니, 미원이 그토록 대단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추격업체가 뭔가 삐꾸짓을 했는지는 도통 모를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다시다' 견제 타이밍을 놓친 미원의 패착이다. 앞서 언급된 일본의 '혼다시'는 1970년에 나온 상품이다. 그걸 눈여겨 본 제일제당이 다시다를 출시하고 재미를 못 볼 때, 아마 미원은 쾌재를 불렀을 게 확실하다. 하지만 아무리 죽만 쑤는 경쟁사이긴 했지만, 적어도 시장 견제용으로 하나 만들어놨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80년대에 하기에는 돌이킬 수 없게 늦어 버린 미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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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들어 찾아온 풍요와 개방은 조미료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쳐서, 화학조미료 유해론이 급격히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조미료의 백색 미학은, 설탕 소금 표백밀가루와 더불어 대표적인 백색유해물질이 되어 버렸다. 그러면서 떠오른 대안이 다시다 되겠다.

소비자들이 다사다만큼은 업체의 광고 캠페인처럼 꼭 '천연'일 것만 같다고 믿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97% 이상의 MSG와 2% 남짓의 핵산이 들어가는 조미료에 비하면, 다시다는 쇠고기 분말도 들어간다고 하고 파, 마늘 등도 집어넣었다고 하니 '천연'처럼 생각된 거다(업자들은 이런 조미료의 형태를 '종합조미료'라 부른다).

이에 따라 미원이 그제서야 부랴부랴 '맛나(82)'를 내놓기는 했지만 대세는 다시다 편이었다. 80년대를 기점으로 다시다는 서브브랜드를 거느린 막강한 제품으로 무럭무럭 자랐다. 예전 제일제당이 했던 것처럼 미원은 맛나 말고도 이후 '감치미(88)'를 출시하는 등 이것저것 나름의 전력을 투구했다. 광고캠페인을 보자면 당 업체는 경쟁사의 희대의 광고모델이 되어 버린 김혜자 여사에 맞서 고두심 여사로 자사 모델을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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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의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광고캠페인에서 라이벌로 조우한 것인데 김회장댁 큰 며느리의 지적이고 현명한 이미지를 앞세워 시어머니의 고루함을 날려 버릴 작정이었지 싶다. 그러나 재밌는 건, 드라마상 시골 아낙의 이미지를 공히 갖고 있는 두 모델이 광고에서는 보다 젊고 화사하게 나와 소비자들을 저으기 당황케 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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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원과 제일제당의 40년에 걸친 시장 대치 상황을 업계와 광고계에서는 전쟁으로까지 표현한다. 80년대를 기점으로 사태는 역전되어, 현재 제일제당이 시장의 메인스트림인 종합조미료(다시다류) 부문 마켓쉐어를 80% 이상 점유하고 있고 업소용 조미료로 많이 쓰이는 복합조미료는 미원이 잡고 있다.

여담 한 가지. 각종 변칙 증여 및 상속으로 유명한 삼성그룹 총수가 몇여 년 전 미원그룹(현 대상그룹)의 회장 딸을 장며느리로 맞으면서 두 라이벌 업체는 순식간에 패밀리가 되어 버렸다. 세상 참 우습게 돌아가지 않나?
 

  인공화학조미료를 향한 논쟁

아시아권, 특히 대한민국과 일본, 중국을 아우르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아지노모도로 대표되는 MSG 조미료를 일찍부터 먹어왔고 지금도 여전히 알게 모르게 MSG를 먹고 있다. 그런데 서구, 특히 건강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미국 쪽에는 중국식당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이라는 말이 유명하다.

중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면 약 한 시간여 뒤에 구토증세나 두통, 울렁증 등을 느끼는 사람들이 부쩍 많았는데, 요 증세를 일컫는 말이 당해 신드롬이다. 원인을 찾아 봤더니 조미료로 사용되는 MSG 탓이라며 한동안 엄청 논쟁을 해댄 바 있다.

MSG를 만들어 파는 쪽에서는 둘 사이의 유관성을 입증할 수 없으므로 억울하다고 징징거리고, 소비자 쪽에서는 절대로 유관한 거이 틀림없다며 MSG 알러지 증세를 쭈욱 나열하며 징징거렸단다. 요즘 유전자조작식품 논쟁과 마찬가지로 이 부분 역시 위험하다는 게 증명되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한 것일 수는 없다. 뭔가 몸에 아주 좋을리는 없는 게 화학조미료겠지.

그러나 몇 십 억의 아시안들이 별탈 없이 좋아라 했던 MSG를 중식당 중심으로 까댔던 서양 애덜을 보면 좀 한심해진다. MSG는 중국요리에만 들어 있는 게 아니라 지덜이 입에 달고 살던 각종 패스트푸드나 캔류 혹은 육가공품에도 들어가 있으며, 하다 못해 중식당 말고 걍 양식당에서 사용되는 각종 가공재료에도 널리 침투해 있는 거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늘 먹어댔으면서 왜 유독 중국식당에서만 두통을 일으켰을까나? 이런 사정이 있는지라 요새 안티 MSG 운동하는 진영에서는 MSG Symptom Complex 라는 용어를 쓰면서 전체 식가공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더 많은 자료를 참고하실라믄 http://www.msgtruth.org/ 에 가 보시라).
 

  업체들을 향한 충고

국내에서도 인공조미료 반대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본기자는 입맛이 무디고 감각이 둔감해서인지는 몰라도 맛이 있으면 걍 먹는다. 일주일에 몇 번은 꼭 라면을 먹는 애호가로서 그 안에 잔뜩 든 MSG를 고려한다면 아마 MSG 에도 튼튼한 거 같다. 따라서 몸에 이로운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딱히 힘든 것도 아니기에, 더구나 조미료로 인해 주화입마에 빠져 죽었다는 사람 소식은 들어본 적도 없기에 조미료에 관대한 아량을 베풀고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업계가 벌여온 판매전략의 많은 문제점을 사면받을 수는 없다. MSG 조미료 시대 때부터 업계는 이들을 발효조미료라며 광고했다. 야, 발효조미료라면, 왠지 된장 간장이 생각나면서 꽤나 좋은 거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단 여기서 말하는 발효는 화학분해다. 하긴 발효라는 게 어차피 어떤 물질을 미생물이 분해하는 과정이기는 하다. 그러나 전통적인 발효식품과 공장의 화학공정실에서 행해지는 발효는 뭔가 좀 틀린 거 잖나.

또한, MSG와 핵산의 시대를 넘어 다시다류의 종합조미료가 등장했을 때, 업체들은 종합조미료 역시 MSG가 20% 이상 차지하는 주재료란 말은 하지 않았고, 2%, 3% 정도의 식재료 가공품을 집어넣고는 천연조미료라 광고를 뿌려댔다. 업계는 향후에도 일정 기간 MSG를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94년 (주)럭키(현 엘지생활건강)에서 MSG 무첨가 조미료 '맛그린'을 내놨다가 쫄딱 망했다. 황망스럽게도 맛이 안나오는 거다. 그만큼 MSG는 조미료에 있어 결정적인 재료다. 이제 그만 천연의 가면을 벗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해를 손바닥으로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업계의 주장이 거짓말은 아니어도 적극적으로 자사의 제품정보를 알리지 않아 소비자의 인식을 왜곡시킨 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오늘 살펴 본 조미료의 맛수, 미원과 다시다편을 마칠라니 왠지 맘이 짠해진다. 옛날에는 아껴 먹느라고 뜻하지 않게 조미료를 절제했는데 이제 세상이 바뀌어 사람들은 보다 안전하기 위해서 조미료를 절제한다. 모든 것을 꼼꼼히 체크해서 내 가족에게 이로운 먹을거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 참 아름다운 거다. 그런데 이미 21세기의 사회에는 곳곳에 MSG 가루가 수북히 쌓여있다.

80년대가 그토록 희구하던 지구촌 시대가 이루어졌건만, 인류에게 돌아온 것은 다국적기업의 더욱 강해진 파워다. 조미료에 대한 언급과 액션이 전세계 조미료시장의 패권자인 아지노모도사만을 향하는 게 아니라, 이를 사다가 전세계 프랜차이즈에 뿌려대는 패스트푸드 기업에게도 이어지며, 또 이들과 공생관계인 식재료가공기업에도 파장을 미친다. 그래서 조미료산업은 주욱 태평성대를 누릴 것인가? 아니면 소비자들의 약한 날개짓이 멀리 돌아 태풍이 되어 그들을 강타할 것인가?

아따, 집에 가서 어릴 적에 겁나서 못해봤던 미원&사이다 칵테일을 함 실험해봐야겠다. 아시는가? 이 둘을 타 먹으면 강력한 최음효과가 있다는 설이 예전에 유행했더랬다.. 순진했던 옛 시대에 건배!

 

딴지 문화생활부
   시포(shepoor@ddanzi.com)


삼성 이병철 회장이 평생 인생에서 마음대로 하지 못했던 3가지가,

골프, 자식농사(서울대 보내는것), 그리고 미풍이라고 전해지죠.

여담이지만 정주영이 정몽준 서울대 들어갔을때 너무 기분이 좋아서 

서울대 교수들 불러서 잔치 벌인 얘기 듣고 무지 씁쓸해 했다는 이야기도...

예전에 대상이랑 삼성이랑 사돈 맺을때 이런 역사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구요.


http://www.snulife.com/gongsage/16109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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