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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2007.06.20 23:15

물리 질문 내용

M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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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학원생의 질문)

그냥 궁금해서요...
기존의 이론은 블랙홀표면에서 입자들이 생겨서 그게 터널효과로
나와서 결국 블랙홀은 증발한다는 이론이었던것 같은데...

이거랑 관련 있나요????


(서울대 이수종 교수의 답변)


아주 관련이 많으니, 설명해 보겠습니다. 근데, 이야기가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거 들어보고 이해해봐야 돈되는거 하나도 없으니 맨날 돈,돈,돈 하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기 바랍니다. 평생 살아가는데, 몰라도 전혀 지장없으니까요. 또, 돌이나 쇠 연구하는데도 관계없습니다 (실제로는 돌쇠연구에도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없다는 투로 이야기 해야 세상살기가 편안해짐).

블랙홀은 고전적으로는 깜깜하지만, 양자세계의 관통효과(tunnelling)때문에 빛과 물질을 방출하며 소멸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방출된 빛과 물질은 흑체복사(blackbody radiation)와 같은 열복사입니다. 이는 블랙홀이 열역학적 성질을 가진다는 놀라운 사실을 내포하죠. 블랙홀은 엔트로피를 가지며, 더더군다나 기괴한 사실은 블랙홀은 3차원 공간에서 한 점에 놓여있는 개체임에도 불구하고 총 엔트로피는 체적에 비례하지 않고 2차원인 사건지평면 면적에 비례한다는 점 입니다. 자, 담당교수가 충실히 제대로 가르쳤다면, 여러분은 양자물리학 시간에 열복사를 하는 양자계는 순수상태 (pure state)에 있을 수 없고 섞인상태 (mixed state)로 표현됨을 잘 이해하였을 것입니다.

그럼, 호킹의 30년전 유추실험을 따라해 봅시다. 이제, 블랙홀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최인훈의 "광장" 소설책을 블랙홀로 던졌다고 합시다. 이 책에는 최인훈씨의 너무나도 화려한 문체와 함께 수많은 "정보"가 숨어있지요. (정보이론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타당하나 이는 생략). 정보란 간단히 말하여 상관관계가 유지된 양자역학적 상태 correlated state 입니다. 이 책은 중력의 인력으로 블랙홀로 빨려들어가 보이지 않다가 관통효과를 통하여 빛으로 복사되어 나올 것입니다. 문제는 이 복사가 mixed state이므로 "정보"를 전달할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책의 총 에너지 (= 질량 * 빛속도 제곱)는 오래 기다리면 복구할 수 있지만, 그 안의 정보는 모두 유실되어 없어진다는 것이죠. 이게 바로 "블랙홀의 정보유실" 문제입니다.

에헴, 정보가 유실되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느냐하면, 양자역학의 기본 법칙 즉 확률보존법칙 혹은 unitarity가 모두 소실된다는 가공할만한 사실입니다. [문제: "왜" 그럴까? 힌트: 학부양자역학책 Gasiorowicz, chapter 2를 다시 읽어보시오.] 우주진화 초기에는 미세한 블랙홀이 무수히 많이 있었을 것이라는 정황적 증거가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우주는 태초의 정보가 거의 모두 유실된 요상한 상태이겠죠. 여하튼, 호킹은 이러한 결론에 기초하여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양자역학은 모두 틀리고 새로운 양자역학법칙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야말로 Bingo죠! 왜냐하면 여러분도 열심히 연구하여 "그렇다면 정말로 맞는 양자역학의 법칙은?"의 답을 얻는다면 노벨상도 타고 그 업적으로 후세에 이름을 남기는 절호의 기회이니까요. 호킹은 이러한 혁신적인 주장은 하였지만, 도대체 양자역학의 어떤부분이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다 때려치우고 처음부터 양자물리학의 법칙을 다시 써야 하는지 전혀 제시한 바가 없었습니다. [내가 대학원 다닐때만 해도 호킹의 성대가 상당부분 온전해서 뭐라고 말하는건지 대부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어서 만날때마다 토론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컴퓨터를 사용하니 질문해도 답하는데 한 30분 걸려, 기다리는 사람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해, 요즘은 호킹과 토론하는 걸 나뿐 아니라, 모든 관련학자들이 포기한 상태입니다.]

자, 많은 사람들이 호킹의 이러한 주장에 어떻게 반응하였을까요? 일단, 양자역학이 틀리다는 실험적인 증거도 그당시나 지금이나 없을 뿐 아니라, 수많은 논리실험을 통하여서도 블랙홀 주변에서 양자역학 법칙이 바뀌어야 할 근거를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1999년 노벨상을 수상한 네델란드의 터프트 교수는 80-90년대에 휘어진 시공간의 양자장이론을 바탕으로 호킹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음을 강하게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 호킹의 주장이 성립하지 않음을 구체적으로 찾아낸 것은 바로 끈이론 (string theory)이었습니다. 즉, 90년대 중반에 이미 끈이론에서 특별한 종류의 블랙홀 (전기전하를 띠고 각운동량을 가지는 블랙홀)을 물질의 응축으로부터 만드는 과정을 밝힐 수 있었는데, 이는 블랙홀 열역학계의 미시상태 즉 통계역학계를 찾은 것과 같은 혁신적인 발전이었습니다. 이를 통하여, 끈이론은 블랙홀의 복사및 붕괴과정을 소상히 밝힐 수 있었으며, 특히 복사된 빛이 정확히 열복사가 아니고 correlation의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거의" 열복사와 비슷하게 행동하는 상태임을 밝혔습니다. 더군다나 미시계 (microstate)는 전형적인 양자역학의 법칙에 의하여 설명되는 게이지 양자자이론임을 끈이론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었죠. [간단히 catch phrase만 말하자면, "아인쉬타인의 일반상대론이 틀리며 이를 대신하는 이론으로 발전한 끈이론은 호킹의 블랙홀 이론도 틀림을 밝힐 수 있었던 놀랄만한 물리학 법칙입니다"] 그래서, 끈이론 학자들은 호킹의 주장을 믿지 않은지 오래이며, 뭐라고 호킹이 주장을 하여도 곧이 안듣게 되었죠.

그렇다면, 지난주 호킹이 발표한 내용은 무엇인가요? 호킹은 금년도 학회에서 자신의 주장 즉 정보가 유실되며 양자역학 법칙이 바뀌어야 한다는 부분을 철회하였습니다. 즉, 전통적인 양자역학법칙이 계속 성립함을 인정한 것이지요. 현재 논문은 발표되지 않았고, 초록의 내용에 근거하여 그의 주장을 유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블랙홀은 맨처음에는 열복사를 하며 붕괴하다가, 아주 작아 양자현상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점에서는 더이상 블랙홀로 존재하지 않고 "거의 블랙홀처럼 보이는" 상태 (좀더 구체적으로는 event horizon을 가지지 않고 apparent horizon만 가지는 상태)로 구현된다는 겁니다. 따라서, 모든 정보는 이때 다 빠져 나올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근데, 문제는 학회에 참가했던 외국의 끈이론 학자들과 연락해 토론해 봤는데, 어느 누구도 도대체 호킹이 하는 말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내용이 어려워서 못 알아듣는 것이 아니고, 논리적으로 비약도 심하고 어떤 부분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거죠. 근데, 호킹은 그냥 "이전의 내 주장이 잘못됐다"라고만 선언하고 어떤 부분이 어떻게 틀렸는지는 설명이 없습니다., 만일 내가 호킹이라면, "이전의 내 논문에서 이러 이러한 부분의 가정과 논리 전개에 모순이 있었고, 이를 수정하면 결과가 상당히 바뀌어 이전의 주장과 반대되는 결론에 도달한다"라고 말할겁니다. 그래서, 현재 끈이론학계에서는 호킹의 발표내용에 대해서 시큰둥합니다. 당연히 그렇다는 것을 끈이론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데 이제와서 뒷북을 치고 있다고 보는거죠. 끈이론을 차치하고라도, 30년전으로 되돌아가 호킹의 원래 블랙홀 양자복사 논문에서 어떤 부분의 논리적 전개가 틀렸는지 밝히는 것은 호킹 자신이 안한다면, 여러분들이 직접 한번 따져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죠.

블랙홀과 중력의 정체는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제 서서히 밝혀지는 부분은 중력이 더 이상 자연의 기본힘이 아닐 것,. 그리고 블랙홀도 더 이상 근본적인 물체가 아닐것이라는 가능성입니다. 앞에서 블랙홀의 엔트로피가 체적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고 희한하게도 면적에 비례한다고 밝혔죠? 이는 직관과는 달리 블랙홀의 미시구조가 2차원에 살고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로부터 터프트는 1993년 "홀로그래피 원리"를 제창하였습니다. 즉, 3차원의 중력은 사실 2차원의 어떤 중력과 관련없는 물리계가 구현하는 현상이며, 우리는 단순히 이 현상만을 보고 중력을 지금까지 수천년 동안 우주의 가장 기본이 되는 힘이라고 믿고 있었다는 제안입니다. 마치 광학의 홀로그램과 비슷하죠? [그렇지만, 광학현상하고는 "전혀" 관계없으니, 광학연구실 여러분은 전혀 열광할 필요 없음] 원래, 이 원리는 중력이 가장 강력한 블랙홀과 같은 경우에만 나타난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최근에는 그렇지 않고 이러한 원리가 보편적으로 적용됨을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발견한 두 연구그룹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내가 이끌고 있는 서울대 끈이론그룹의 연구입니다.

터프트는 이 홀로그래피 원리에 의거하여 (2000년 서울대학교에 와서도 바로 이 내용을 강연하였음) 양자물리학은 더 이상 가장 기본되는 물리법칙이 아니고 사실은 감쇄현상을 보이는 고전물리계의 장시간 행동결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양자역학은 호킹이 주장과 같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 자연의 기본법칙이 아니라는 겁니다. 양자역학의 기본은 힐버트 공간의 존재와 보어의 해석입니다. 힐버트 공간이라는 개념이 고전물리학에서도 나타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어려운 부분은 적절한 방법으로 보어의 해석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고전물리학에 감쇄현상 (dissipation)및 힐버트 공간에 동등성 (equivalence class) 혹은 게이지 대칭성을 도입하면 보어의 해석을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근데, 양자역학의 근원이 고전물리학이라는 것은 끈이론이 지난 90년대 (소위 끈이론 2차 혁명)에 이미 명명백백히 밝힌 사실이죠. 더군다나, 중력현상과 이를 자연스럽게 결부시켜, 플랑크상수 (hbar)를 고전물리계의 시공간중 한 차원의 길이로 구현됨을 멋있게 보였습니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 일 입니까? 양자정보이론 (quantum information theory)라고 들어봤죠? 우리 물리학과에서는 전혀 연구되고 있지 않지만, 사실 이 분야는 양자중력, 끈이론, 블랙홀들을 연구하던 이론물리학자들이 연구부산물(spin-off)로 발전시킨 아이디어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론물리학자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어 현재 이 연구의 선봉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발전 즉 홀로그래피 원리 및 양자역학의 정체등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주장을 펼칠 수 있습니다. "어떤 양자컴퓨터도 가장 효율이 좋은 고전컴퓨터보다 높은 성능을 보일 수 없다." "양자컴퓨터의 성능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엄청나게 작은 양자블랙홀이며, 이를 제거할 수 없다면 알고리즘의 속도를 엄청나게 지연시킨다". 먼 말인지 잘 모르겠고, 화성에서 날라온 외계인이 떠드는 소리 같습니까? 그렇다면, 여러분은 이미 우주에서 푸른빛을 띠는 작은 행성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명발전의 선두에서 훨씬 뒤쳐져 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이 세상을 뒤바꾸는 물리학의 혁명이 이루어지고 있는중이니까요. Good Luck!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대학원 게시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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