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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닥 파내면 자정능력 상실…한강·낙동강 다 죽는다”

by Naya posted Aug 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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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4 13:46수정 : 2008.01.24 14:50



경부운하 뱃길 준설작업

한반도 대운하 이래서 안된다 / ④ 환경 재앙

“한반도 대운하는 자연 물길을 그대로 이용한다.”

장석효 대통령직 인수위 한반도 대운하 티에프(TF)팀장은 “생땅을 파 물을 흘리는 게 아니라 물길을 잇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대운하의 553㎞ 가운데 인공 구간은 한강과 낙동강 연결구간 등 41㎞ 정도라는 얘기다. 그러나 하천의 단면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심 6~9m, 너비 200~300m의 뱃길을 확보하자면 운하의 거의 모든 구간에서 바닥을 파내야 한다. 한강과 낙동강의 평균 수심은 2~3m밖에 안 된다.

한탄강을 가로지르던 경기 연천군 전곡읍 고탄보의 철거 전(위)과 후. 지난해 6월 보가 철거된 뒤 수질이 좋아지고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한반도대운하연구회는 전체 굴착량을11억5천만㎥로 잡고 있다. 이는 서울~부산 경부고속도로(6차로 기준)에 33층 아파트(90.3m) 높이만큼 쌓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 가운데 8억3천만㎥를 골재로 팔아 전체 공사비의 절반 이상을 메울 계획이다.

경부운하를 추진하는 쪽은 하천 바닥의 오염된 퇴적층을 파내 수량이 많아지면 수질과 생태계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강바닥 준설로 하천은 자정능력을 잃고, 보로 가로막힌 물은 심각한 부영양화로 썩어갈 것이라고 본다. 또 여울이 사라지면서 수백만년 동안 한반도에서 진화한 고유종 물고기들이 대거 멸종할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뱃길 내려면 수심 6~9m·너비 200m 돼야
보 16곳·갑문 19곳…29km마다 흐름 막혀
상류서 바다까지 19일→108일 ‘저수지화’

■ 물길을 막으면 안 된다=지난해 6월 한탄강을 가로지르던 경기 연천군 전곡읍의 대형 보가 철거됐다. 길이 190m, 높이 2.8m의 보가 터지자 물살이 살아나면서 강바닥의 퇴적물이 쓸려나가고 여울과 사주 등 다양한 강바닥 지형이 생겼다. 뱀장어·강준치·쏘가리 같은 어류가 늘었고 멸종위기종인 꾸구리도 발견됐다. 수질도 크게 좋아졌다. 이 연구는 안홍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생태공학)팀이 4년째 수행 중인 방치된 보 철거를 통한 하천 생태계 복원사업의 하나다.

배연재 서울여대 환경생명과학부 교수팀은 경기 경안천에서 농업용 보가 철거된 뒤 1년여 만에 강바닥에 사는 대형 무척추동물이 3종에서 17종으로 5배 이상 늘어난 사실을 밝혀냈다. 수질환경도 개선됐다. 보의 바닥은 개흙이 덮여 서식환경이 단순하지만, 보가 철거된 뒤 여울이 형성되고 하상 물질이 모래·자갈·돌 등으로 바뀌면서 다양한 서식처가 만들어져 종의 다양성이 높아졌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렇게 고인 물을 흐르게 하면 생태계가 살아나고 이들의 자정작용으로 수질이 개선된다는 상식을 실증적으로 입증하는 연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 하천 바닥은 오염 덩어리인가?=강바닥에 쌓여 있는 토사와 오염물질을 걷어내야 수질이 개선되고 생태계가 살아난다고 운하 추진 쪽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고탄보 철거 전후의 수질변화
그러나 전상호 강원대 교수가 2004년 팔당호에서 조사한 결과,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물질은 외국보다 매우 높게 나왔지만 납·카드뮴 등 중금속은 네덜란드의 오염퇴적물 정화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팔당호의 경안천 하류에 다량의 오염물질이 쌓여 있지만 준설은 수질개선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시행되지 않았다.

낙동강의 하상 퇴적물을 해마다 조사해온 부산 보건환경연구원도 “2000년대 이후 중금속 농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낙동강 퇴적층은 자연토양 수준”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하상이 오염된 구간은 극소수인데도 강바닥을 송두리째 긁어내면 자정작용을 하는 생태계만 파괴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오염된 구간도 준설보다는 오염물질 유입 감소 등 근본대책을 세우는 것이 옳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 고인 물은 썩는다=경부운하에는 16개의 수중보와 19개의 갑문이 들어서 평균 29㎞마다 물이 막힌다. 수중보 수문을 통해 물이 일부 흐르지만 체류시간은 길어지기 마련이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환경공학과)는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낙동강 최상류에서 하구언까지 걸리는 시간이 현재 19일에서 108일로 6배 가까이 길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녹조를 일으키는 조류는 흐르는 강에서는 잘 번식을 못하지만 약 2주일 이상 물이 고이게 되면 갑자기 번성하기 시작한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열흘 안에 조령에서 바다로 흘러가던 물을 석 달 이상 웅덩이에 가두어 놓으면 낙동강의 물은 녹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며 “대량 증식한 조류는 죽어서 수로 바닥에 가라앉고 이것이 썩으면서 다시 오염을 용출하는 오염 농축의 악순환을 일으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부영양화 위험은 낙동강뿐 아니라 우리나라 하천 공통의 문제이다. 한 수질전문가는 “물이 정체되면 하천 상류에서도 썩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강수계 최상류인 소양댐의 총인 농도는 0.032㎎/ℓ, 팔당댐은 0.056㎎/ℓ로 각각 3등급과 4등급으로 이미 부영양화 단계에 이르렀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653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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