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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들이 3주만에 에이즈와 암 등의 생성에 관여하는 프로테아제 효소의 구조를 밝혀냈다. 사진은 온라인게임 '폴드잇'의 실행 장면. 게이머들은 공간추론 능력과 상상력을 동원해 학계에서 10년이 넘도록 풀지 못한 문제를 단 기간에 해결했다.

과학자들이 십 년이 넘도록 풀지 못한 난치병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게이머들이 단 3주 만에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 덕분에 에이즈와 암 등을 난치병 치료에 새 전기가 열릴 전망이다. 

미국 워싱턴 대학 연구진은 18일(현지시간) 온라인게임 ‘폴드잇’(Foldit)을 이용해, 프로테아제 효소의 구조를 해독하는데 성공했다고 네이처 구조분자 생물학회지에 발표했다. 

에이즈와 암 등은 레트로바이러스에 의해 생성되는데 이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프로테아제 효소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프로테아제 효소의 구조를 밝혀내면 역으로 레트로바이러스의 생성을 막아 난치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지만, 그 구조가 까다로워 연구에 애를 먹어왔다. 

워싱턴 대학은 게이머들이 일반인들보다 공간추론 능력이 뛰어나고 가상현실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다는 점에 주목해, 연구에 게이머들을 참가시켰다. 게이머들은 ‘폴드잇’을 통해 단백질 집합체인 아미노산 고리를 해독하는 작업을 벌였고, 3주 만에 프로테아제 효소의 구조를 발견했다. 

AFP 등 외신들은 게이머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과학계의 오랜 숙원을 풀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이 덕분에 항레트로바이로스 치료제를 만들어 난치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피라스 카팁 연구원은 “자동화 방식이 실패한 영역에서 사람들의 직관이 성공할 수 있는지를 보고 싶었다”면서 “게이머들의 창의력은 뛰어난 자원이며 적절히 방향만 잡힌다면 과학문제를 광범위 하게 푸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폴드잇 게임 개발자 중 한 사람인 세스 쿠퍼는 “사람들은 컴퓨터가 잘 하지 못하는 공간추론 능력이 있다”면서 “이번 결과는 게임, 과학, 그리고 컴퓨터의 협력작업을 통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진보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덧글 중

주요 내용은 작년 8월 네이처를 통해 이미 발표했고, 이번에 자매지 "구조 분자 생물학"에 발표한 논문은 방법론을 주로 다룬 것 같군요.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쉬운 말로 약간의 배경 지식을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효소, 또는 일반적으로 단백질의 기능은 주로 그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고들 흔히 말합니다. 단백질은 기본적으로 분자 기계라서, 부품처럼 서로 딱 맞는 단백질들이 모여서 무슨 일인가를 벌입니다. 셔터, 노즐이 되기도 하고, 톱니바퀴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단백질의 구조를 찾은 것을 두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기사에서 표현하고 있는 겁니다. 

단백질의 구조를 밝히는 연구를 흔히 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 문제라고 부릅니다. 단백질 접힘은 DNA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최종 단계로, 리보솜에서 찍혀 나온 아미노산 사슬이, 그를 구성하는 분자들 사이의 인력과 척력에 의해 스스로 모습을 갖춰 나가면서, 온갖 신기한 모양을 한 진짜 단백질이 되는 과정입니다.

DNA 서열만 알면 어떤 아미노산 사슬이 나오는지는 쉽게 알 수 있지만, 그 아미노산 사슬이 최종적으로 어떤 모양이 되어 어떤 기능을 갖는 단백질이 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기사에 나오는 효소도, 그 DNA 서열은 알려져 있으나, 그 구조를 모르고 있었던 것 같군요. 

많은 사람들이 아미노산 배열로부터 단백질의 구조를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연구를 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원초적이고 많은 계산이 필요한 방법은, 컴퓨터를 사용해서 아미노산 사슬을 구성하는 수천-수만 개의 분자들 서로간의 힘을 모두 계산하여 가장 안정된 상태일 때의 구조를 찾는 겁니다.

논문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게임 폴드잇은 아마도, 주어진 아미노산 사슬을 적당히 변형시켜서 단백질의 어떤 일부에 대해 안정된 구조를 찾으면 점수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진행되리라 짐작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점수를 얻다보면 최종적으로 전체 단백질의 구조를 얻게 되는 거구요. 근데, 그 일부들은 안정적이더라도 그 일부가 모인 전체가 안정적이라는 보장은 없어서 게임이 어려워집니다. RPG에서 제대로 된 분기를 선택하지 않으면 그 시나리오 안에서 아무리 애써도 좋은 엔딩을 볼 수 없는 것과도 비슷하겠군요. 눈먼 컴퓨터가 무식하게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계산한 것보다 사람의 직관을 동원한 계산이 훨씬 빠르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군요. 


최근 10~20년 새, 컴퓨터를 이용해서 방대한 양의 실험-관측 데이타를 처리하거나, 방대한 양의 계산을 통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들이 상당한 성공을 이루기는 했지만 (예를 들면 게놈 프로젝트), 그보다 더 최근 들어서는 컴퓨터 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걸 연구자들이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믿을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마치 예전의 세티 프로젝트에서 가정의 컴퓨터들로 계산을 분배하듯, 사람들의 노력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들을 고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문제 해결 방법을 crowdsourcing, social computing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사실, 위키피디아같은 프로젝트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아이디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사이트들이 유명합니다. 
https://www.mturk.com/mturk/welcome
http://images.google.com/imagelabeler (에구, 운영 끝났다네요)

비슷한 아이디어의 프로젝트들이 점점 늘어날 겁니다. 모르고 시작한 어떤 중독성 플래쉬 게임이 알고 보면 중요한 연구의 일부가 될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http://www.snulife.com/gongsage/15617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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