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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전제품이나 PC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케이블을 꼽는다면 HDMI를 빼놓을 수 없다. 고품질의 영상과 소리를 하나의 선에서 동시에 처리하는 간편함으로 인해 단시간에 급속하게 보급됐다. 

그러나 시중에 나와있는 HDMI 케이블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저렴하게는 1만원 이하부터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 제품의 화질이나 음질이 완전히 동일하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과학적 이유가 숨어있다. 

우선 HDMI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신호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과거 전기적 신호를 바탕으로 한 아날로그 방식에서는 케이블의 품질이 영상이나 음질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가령 100의 신호를 보내더라도 케이블에 따라 전달되는 신호의 양이나 질이 달랐기 때문이다. 

▲ HDMI 케이블

그러나 1과 0으로만 구별되는 디지털 전송방식에서는 100의 신호값이 그대로 100으로 전달된다. 즉 케이블이 제대로 연결만 돼 있으면 신호값이 100% 전송된다는 이야기다. 

HDMI는 변화 최소화 차분 신호(Transition Minimized Differential Signaling, 이하 TMDS)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전송 방식으로 모든 데이터를 1과 0으로 구분해 전송한다. 

아울러 HDMI 케이블은 작은 구리선이 복잡하게 구성돼 있다. 이를 통해 두 가지 종류의 데이터를 각각 다른 선을 통해 보낸다. 하나는 실제 신호이고 다른 하나는 이와 비교하기 위한 신호다. 이러한 데이터를 받아들인 TV나 프로젝터와 같은 수신부에서는 두 신호를 비교해 혹시 모를 노이즈나 잘못된 데이터값을 집어내고 정확한 신호를 구별해낸다. 

이러한 TMDS 방식은 케이블의 가격과 상관없이 동일하게 매우 잘 작동한다. 만약 질이 낮거나 불량인 HDMI 케이블을 사용한다면 화질이나 음질이 저하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야 한다. 만약 화면이나 소리가 적당히 잘 나온다면 이는 결코 케이블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케이블이 길어서 화질이 저하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애당초 해당 케이블이 불량이기 때문이지 결코 선이 길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과거 아날로그 방식의 케이블 시절에는 선이 길면 길수록 구리선이 저항 역할을 하기 때문에 화질이나 음질이 저하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구리선이 저항 역할을 하는 것은 HDMI 케이블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HDMI 케이블이 너무 길 경우 출력 문제로 인해 신호가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 화질이나 음질이 저하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안된다는 이야기다. 이 때는 구입 전 미리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와 상반된 주장도 나온다. 질 낮은 HDMI 케이블에서는 스파클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화면에 마치 눈과 같은 하얀 점들이 보이는 스파클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HDMI 케이블을 구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물론 비싸고 질 좋은 HDMI 케이블이 스파클 현상이 일어날 확률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그냥 불량율이 낮을 뿐이다. 다른 정상적인 HDMI 케이블을 사용하면 된다. 왜냐하면 스파클은 신호 간섭(노이즈)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오디오 업체들은 자사의 비싼 HDMI 케이블이 더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고 홍보한다. 오디오 데이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에러가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요즘 가장 많이 쓰이는 음향 코덱 중 하나인 돌비 디지털 플러스나 트루HD을 비롯한 각종 비트스트림 방식 음향 코덱은 말그대로 비트 형식의 디지털 신호로 전달된다. 따라서 HDMI 케이블의 가격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만약 HDMI 케이블 자체가 불량일 경우 영상과 마찬가지로 소리를 전달받는 디코더가 이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해 원음과는 완전히 다른 소음을 들려주게 된다. 고가의 케이블을 사용한다고 해서 음질이 더 좋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란 이야기다. 그래도 음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케이블이 아닌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일부 제품 중에는 차별화를 위해 240hz 전용이라고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순전히 거짓말이다. 애당초 출력에서 주사율이 높아지는 것은 TV에서 이뤄지는 것이지 케이블과는 전혀 무관하다. 같은 이유로 최근 선보이고 있는 3D 전용 HDMI 케이블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비싼 HDMI 케이블은 보다 튼실하고 두껍게 제작될 뿐만 아니라 연결 단자도 튼튼하다. 때문에 오래 쓸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만약 TV와 블루레이플레이어 혹은 케이블 셋톱박스가 가까운 거리에 있고 자주 선을 뽑았다 끼거나 혹은 험한 환경이 아니라면 가장 저렴한 HDMI 케이블을 사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봉성창 기자 bong@zdnet.co.kr

http://news.nate.com/view/20110912n04539



http://www.snulife.com/gongsage/1556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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