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그리스의 재정위기

by 모아레 posted Mar 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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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을 좀 자주 쓰게 되는군요.

대통령이 직접 언급할 정도로 그리스의 문제가 EU전체의 위기로 파급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지만, 비관하는 쪽에서는 스페인까지 문제가 번져갈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스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면서도 좌파정부가 집권해서 그리스가 망했다고 얘기하는 대통령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그리스 걱정할 정신이 어디있냐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대략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는 알아 두시는 것도 좋을 듯해서 간략히 정리를 해 드리겠습니다.

그리스는 EU, 유럽연합에 소속된 국가입니다. 그 중에서 좀 못사는 축에 드는 국가인데, 일부에서는 그리스를 EU에 포함 시킨 것 자체가 이번 위기를 불러온 시발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탄생한 원조 민주주의 국가를 빼고 연합하는 것은 유럽의 정치적 자존심이 허용하지 않았겠죠.

결과적으로 봤을 때, 그리스의 문제는 지나친 재정적자가 누적되어 국가 자체의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발생한 문제입니다. 사실 우리도 적자재정 팍팍 쓰고 있는데 약간 뜨금한 부분입니다. 그러면 그리스 정부는 왜 그런 적자 재정을 운용했으며, 그런 적자재정 운용이 EU에서 허용되는 것인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기본적으로 EU는 소속국간에 규제가 있습니다. 재정적자는 GDP 대비 3% 이내, 국가채무는 60%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를 그리스는 한번도 못 지켰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는 그리스를 규제할 수단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또 월스트릿 저널 같은데서는 EU의 부실한 규제가 문제를 키웠다고 주장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면, 그리스는 왜 그렇게 적자재정을 운용해야 했을까요? 저는 이 부분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국가간 무역에 있어서, 환율이 무척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즉, 무역적자가 누적되면 환율이 상승하고 그러면 다시 그 국가의 상품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게 되어 수출이 증가하는 식으로, 무역수지와 환율은 연동되는 성향이 있습니다. 문제는 EU에서는 화폐가 통일되면서 이 효과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즉,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막강한 국가와 동일한 화폐로 시장에서 경쟁이 붙게 되자, 기존에도 물가 상승률도 높던 그리스의 입장에서는 달리 손쓸 방법이 없어지고 국가 경제가 허물어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쩔 수 없이 국가가 재정을 풀어 사회를 유지하는 수 밖에 없고, 또 화폐가 통일되면서 외자유치도 쉬워진 탓에 EU의 규제만 피할 수 있다면 외채를 마구 들여와서 써버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부패도 문제가 되고, 그리스 자체의 경쟁력이 부족했던 것도 문제입니다. 정권이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한 탓도 있고 여러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그리스의 위기는 국가간 화폐 통합이 가져올 수 있는 불가피한 불균형이 더 심화되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 문제가 EU 소속국 중 강국인 프랑스와 독일의 적절한 조치로 해결되지 않고 스페인으로까지 번져간다면, EU의 통합 자체가 근본적인 질문에 부딪치게 될 것입니다. 기껏 통합을 해 놓고, 상위권 국가는 점점 더 좋아지고, 하위권 국가들은 점점 더 어려워져서 격차가 벌어진다면 통합은 깨지기 마련이죠.

하여간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는 과연 EU가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수순으로 독일이나 프랑스는 재정지원을 시도하면서, 그리스에게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할 것입니다. 그러면 또 우습게도 이 모든 상황에 전혀 책임이 없는 그리스의 노동자들은 또 실직과 가정경제 파탄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스 노조의 총파업은 이런 상황에서, 자본가들이 앞장서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며, 일방적인 피해 전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항상 국가적인 문제가 터지면 제일 힘없는 사람부터 고통을 겪게 마련이지만,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 도덕입니다. 그리스의 자본들은 재정적자 와중에서 특혜를 받으며 다양한 수익을 올려왔으니 이 쯤에서 한번 양보할만도 할 텐데, 언제나 이해관계 앞에서는 양보란 없을테니, 그리스도 참 난처할 것입니다.

그리스 위기가 좌파탓이라는 말은 택도 없는 주장입니다. 2009년에 사회당 정부가 집권했는데, 그 때 이미 정부의 재정적자가 발표된 6%가 아니라 12%가 넘는 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는군요. 사건은 누가 벌여놓고 그걸 해결하고 있는 사람들보고 좌파라고 욕하는 건 그리스나 우리나 별 차이가 없군요. 아니, 그렇게 욕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밖에 없습니다.

아무쪼록 EU에서 그리스 문제를 잘 해결하고 다국간의 통합도 민주주의의 정신아래 충분히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내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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