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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9 16:53

초전도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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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가 발견한 가장 신기한 현상 중에 하나가 초전도(superconductivity) 현상이다. 초전도 현상이란 금속의 온도를 0도K(K는 절대온도의 단위로 켈빈Kelvin의 약자. 0도K=영하 273도C) 가까이 내렸을 때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이다.

20세기가 발견한 신비, 초전도 현상

초전도체에서는 전기저항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일단 초전도체로 만든 회로 안에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면 전력 손실이 전혀 생기지 않아 영원히 전류가 흐른다. 실험에 의하면 초전도체 안의 전류의 수명이 적어도 10만 년 이상이다. 이론적으로 계산한 값은 1010000000초로서 우주의 나이(137억년, 4 x 1017초)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그래서 초전도 케이블로 전자석을 만들면 매우 강한 자기장을 얻을 수 있다.

 

초전도체를 이용하면 열차를 공중에 띄울 수 있다

초전도체 하면 자기부상열차가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기부상열차의 기본 원리는 열차와 선로의 자기적인 반발력으로 열차를 공중에 띄워 추진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열차와 선로에 모두 자석을 깔면 좋겠지만 선로의 전 구간에 자석을 깔면 그만큼 비용이 커진다. 그래서 보통 열차 바닥에만 자석을 깔고 선로에는 도체를 설치한다. 도체 주변에서 자기장이 시간에 따라 바뀌면 전자기 유도현상에 의해 도체에는 유도전류가 생긴다. 이 때 유도전류가 주변에 다시 자기장을 형성하는데, 이렇게 유도된 자기장은 열차 바닥의 자석을 밀어낸다. 따라서 열차 바닥의 자석과 선로에서 유도된 자기장이 충분히 크면 열차를 공중 부양시킬 수 있다. 보통의 전자석은 전력손실 때문에 큰 자기장을 만들기 어렵다. 육중한 열차를 들어 올리려면 초전도 자석이 안성맞춤이다.


 

초전도체는 어떻게 발견했나


초전도 현상은 1911년 네덜란드의 카메를링 오너스(Heike Kamerlingh Onnes 1853~1926)가 액체 헬륨을 이용하여 극저온 실험을 하던 도중에 처음으로 발견했다. 그는 수은의 전기저항이 헬륨의 액화온도인 4.2도K 근방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을 목격했다. 이후 많은 다른 금속에서 초전도 현상이 관찰되었다. 초전도 현상은 대개 매우 낮은 온도에서 나타나는데 이 온도를 임계온도라고 한다. 금속마다 임계온도는 제각각 다르다. 1925년 무렵에는 순수한 금속뿐만 아니라 각종 합금에서도 초전도 현상이 발견되었다. 니오븀(Nb) 합금은 그 최초의 물질로서 니오브티타늄(NbTi)은 지금도 초전도체 소재로 가장 많이 쓰인다. 합금 초전도체의 임계온도는 대체로 순금속보다 약간 높다. 1986년에는 임계온도가 30도K인 세라믹 계열의 초전도체가 발견되었고 1987년에는 임계온도 97도K인 초전도체가 발견되었다. 이 온도는 질소의 끓는점(77도K)보다 훨씬 높아 초전도체의 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초전도 현상은 전자가 쌍을 이루기 때문에 생긴다

초전도 현상을 이론적으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은 1957년이었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바딘(J. Bardeen), 쿠퍼(L. N Cooper), 슈리퍼(J. R. Schrieffer)는 금속 안의 전자들이 전기적인 반발력을 이기면서 하나의 쌍을 이루면 초전도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전자가 하나의 쌍을 이루는 것을 쿠퍼쌍(Cooper pair)라고 한다.  저자들의 이름 머리글자를 따 BSC 이론으로 알려진 이 이론은 새로운 입자나 새로운 힘을 전혀 도입하지 않고 초전도 현상을 성공적으로 기술한다. 전자들이 쿠퍼쌍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은 전자들이 금속 안에서 격자를 형성하는 원자핵들과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전기적으로 +로 대전된 격자들 사이를 전자 (전자는 전기적으로 -임)가 지나가면 순간적으로 격자들이 전자의 경로 쪽으로 약간 쏠린다. 그 결과 두 번째 전자는 훨씬 집중된 +전기를 느끼게 된다. 이 과정에서 두 개의 전자가 격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의 쌍, 즉 쿠퍼쌍을 이루게 된다.


 

전자 둘이 쿠퍼쌍을 이뤄 움직이면 저항이 사라진다

전자 둘이 쿠퍼쌍을 이뤄 하나의 입자처럼 움직이면 놀라운 효과가 생긴다. 개별 전자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일종의 ‘방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금속의 온도가 임계온도 아래로 내려가면 전자들이 쿠퍼쌍을 이루기 시작한다. 이 때 생기는 쿠퍼쌍들은 똑같은 위상을 가진다. 이는 흡사 시청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모두 한쪽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과도 같다. 이렇게 되면 모든 쿠퍼쌍들이 마치 하나의 덩어리인 것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같은 방향성을 가진 쿠퍼쌍들은 어지간한 장애물을 만나도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 그 결과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진다.

 

비슷한 예를 우리는 교통이 혼잡한 교차로, 예를 들면, 신촌 5거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만약 신촌 5거리 일대의 신호등이 갑자기 마비된다면 신촌 5거리는 순식간에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모든 방향으로 진행하려는 차들이 뒤죽박죽으로 한데 뒤엉켜 옴짝달싹도 못하고 경적만 울려댈 것이 분명하다. 모든 차들이 제각각 임의의 방향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 상태는 대칭성이 있다. 하늘에서 헬기로 이 광경을 지켜보면 헬기가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든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모두 똑같은 모습-방향성 없이 무작위로 뒤엉킨 모습이다. 이 때 교통경찰들이 등장한다. 경찰은 체증을 풀기 위해 5거리에 집중된 차들을 우선 한쪽 방향으로 몰아간다. 만약 모든 차들이 예컨대 이대-홍대 라인으로 늘어서 있으면, 그 앞쪽에 정체가 없는 한, 체증은 사라진다. 헬기에서 바라보면 신촌 5거리는 이전에는 없었던 하나의 방향성이 동서축으로 생겼다. 대칭성이 깨진 것이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달리는 차들은 마치 모든 객차가 연결된 기차와도 같다. 이들의 진행을 방해하는 흐름은 어디에도 없다. 쿠퍼쌍이 전기저항을 느끼지 않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이다. 애초에 없던 방향성이 갑자기 생기는 것은 대칭성이 깨진 것과도 같다. 지난 글에서 말했듯이 물리적 계의 위상 변화와 관련된 대칭성을 게이지 대칭성이라고 한다. 초전도체에서는 이 게이지 대칭성이 깨져 있다. 그래서 초전도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자석 위의 초전도체가 공중에 뜨는 현상, 마이스너 효과

 

 

 

BCS이론에서 대칭성 깨짐의 영감을 얻은 난부 요이치로는 이 아이디어를 입자물리학에 도입하여 강력을 설명하는 데에 활용했다. 2008년 노벨상은 그 공로에 대한 것이다. 표준모형의 소립자들이 힉스(Higgs) 입자를 통해 질량을 얻는 과정(힉스 메커니즘)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초전도체가 보이는 중요 특성인 마이스너 효과(Meissner effect)는 힉스 메커니즘의 원조라 할 수 있다. 마이스너 효과란 외부 자기장이 초전도체 내부를 침투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이는 외부 자기장이 있을 때 초전도체 내부에 초전류가 형성되어 그로 인한 유도 자기장이 외부 자기장을 모두 밀어내기 때문이다. 흔히 자석 위에 초전도체가 공중 부양하는 사진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는 마이스너 효과 때문이다. 마이스너 효과가 생기는 이유는 자기장의 실체라고 할 수 있는 광자가 초전도체 안의 쿠퍼쌍과 상호작용을 통해 일종의 질량을 갖기 때문이다. 질량이 커지면 광자가 침투할 수 있는 깊이는 역으로 줄어든다. 이는 마치 치어만 빠져 나갈 수 있는 촘촘한 그물을 다 큰 물고기가 빠져 나갈 수 없는 것과도 같다. 원래 광자는 질량이 없다. 이는 전자기력이 게이지 대칭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쿠퍼쌍은 게이지 대칭성을 깬다. 광자가 초전도체 안에서 이들과 상호작용하면 없던 질량이 생긴다.


 

우주를 거대한 초전도체로 비유하면...

초전도체 안에서 광자가 없던 질량을 얻는 과정과 소립자가 힉스입자와 상호작용하여 질량을 얻는 과정은 근본적으로 똑같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둘 다 게이지 대칭성을 깨야만 한다.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원리와 우리 우주에서 소립자들이 질량을 얻는 원리가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하나의 거대한 초전도체라고 비유할 수도 있겠다. 말하자면 우리 우주는 임계온도 아래에 와 있으며 쿠퍼쌍이 생겨나 대칭성이 깨진 상태인 것이다. 그 결과로 소립자들이, 그리고 소립자로 만들어진 세상 만물이 질량을 얻은 것이다.

 


초전도체에서는 쿠퍼쌍의 존재가 여러 경로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우주라는 큰 초전도체의 쿠퍼쌍은 아직 실험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우리가 찾고 있는 힉스 입자 말이다. 초전도체는 그 힉스 입자를 찾는데 현실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유럽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는 큰 에너지로 양성자를 가속하기 위해 엄청난 세기의 전자석을 이용한다. 이 때 우리가 원하는 자석의 힘을 얻기 위해서는 초전도 전자석이 필수적이다. LHC에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자석 1232개는 모두 니오브티타늄 소재 초전도 케이블로 만들었다. LHC는 120톤의 액체 헬륨을 이용하여 가속기 전체를 1.9도K(섭씨-271.1도)까지 낮춘다. 니오브티타늄은 초전도체가 되고, 이 엄청난 전자석의 힘을 이용해 힉스입자를 찾는 것이다.

 

관련글 :  힉스 입자 

출처 : 네이버캐스트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physics/1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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